스페인 북동부,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사이에 위치한 **사라고사(Zaragoza)**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2천 년 이상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아라곤 지역의 중심 도시입니다. 로마 시대 유적부터 무데하르 건축, 고야의 발자취까지… 사라고사는 진정한 ‘스페인 속 숨은 보석’이죠. 이번 포스팅에서는 2박 3일 일정으로 사라고사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Day 1. “바실리카와 함께 시작하는 사라고사의 아침”
🏛 바실리카 델 필라르 (Basílica de Nuestra Señora del Pilar)
사라고사 여행의 시작은 단연 바실리카 델 필라르입니다. 엡로(Ebro) 강변에 우뚝 솟은 이 웅장한 성당은 스페인 바로크 건축의 걸작으로, 필수 관광 1순위로 꼽힙니다. 옥상 전망대에 올라 도시 전경을 감상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죠. 특히 일출과 일몰 시간대에는 강물에 비친 바실리카의 모습이 황홀합니다.
⛲ 플라사 델 필라르 (Plaza del Pilar)
바실리카 앞 대광장인 플라사 델 필라르는 현지인들의 일상과 예술이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거리 공연, 분수, 조형물이 즐비하며 사진 찍기에도 훌륭한 장소입니다.
🍽 점심: El Tubo 거리에서 타파스 투어
필라르 광장에서 도보 5분 거리의 **엘 투보(El Tubo)**는 사라고사 미식의 진수입니다. 바와 타파스 식당이 좁은 골목을 따라 이어지며, 감바스 알 아히요, 미그라스, 하몽 등 다양한 스페인 요리를 맛볼 수 있습니다.
🖼 오후: 라 세오 대성당 & 고야 박물관
- **라 세오 대성당(La Seo)**은 로마네스크, 고딕, 무데하르, 바로크 양식이 혼합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입니다. 섬세한 무데하르 장식은 꼭 가까이에서 감상해보세요.
- 바로 옆에는 사라고사 출신의 세계적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를 기리는 고야 박물관이 있습니다. 스페인 회화에 관심 있는 여행자라면 꼭 들러야 할 곳입니다.
🌆 저녁: 에브로 강변 산책 & 석양 감상
저녁에는 필라르 대성당을 배경으로 한 에브로 강변의 산책을 추천합니다. 특히 Puente de Piedra(돌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바실리카의 야경은 감탄을 자아냅니다.
📍Day 2. “이슬람과 기독교 문화의 조화, 사라고사의 정수”
🏰 알하페리아 궁전 (Palacio de la Aljafería)
두 번째 날 아침은 중세 이슬람 건축의 결정체인 알하페리아 궁전에서 시작합니다. 11세기 이슬람 왕국의 궁전으로 건립된 이곳은 이후 기독교 왕들의 궁전, 종교재판소, 군사 요새, 지금은 아라곤 지방의회 본부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무데하르 양식의 아치와 천장 장식은 마치 알함브라 궁전의 축소판 같다는 평을 받습니다.
🏙 근대 사라고사 탐방: 마우리 공원 & 카이샤포룸
오후에는 사라고사의 현대적 면모를 살짝 엿볼 시간입니다.
- **마우리 공원(Parque Grande José Antonio Labordeta)**은 도심 속 휴식처로, 조용한 산책이나 자전거 타기에 안성맞춤입니다.
- 근처의 CaixaForum Zaragoza는 현대미술 전시가 열리는 공간으로, 디자인과 전시에 관심 있는 분들께 추천드려요.
🍴 저녁: 지역 전통 요리 맛보기
저녁은 전통 아라곤 요리를 맛볼 시간. Ternasco de Aragón(어린 양 요리), 또는 **Bacalao al Ajoarriero(마늘 대구 요리)**가 대표적입니다. 현지 식당 ‘Casa Lac’이나 ‘La Miguería’ 같은 곳에서 지역의 정취를 느껴보세요.
📍Day 3. “로마 유적과 시장 투어로 마무리하는 여행”
🏛 로마 유적 투어
사라고사는 로마 시대의 이름이 ‘카이사라우구스타(Caesaraugusta)’였을 정도로 로마 제국의 주요 도시였습니다. 지금도 로마 극장(Teatro Romano), 포럼 유적지(Museo del Foro de Caesaraugusta), 욕장 유적(Museo de las Termas Públicas) 등 여러 유적지를 통해 고대 로마 문명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중앙시장(Mercado Central)에서 기념품 쇼핑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사라고사 중앙시장(Mercado Central)**입니다. 신선한 식재료와 각종 기념품, 스페인 햄, 올리브 오일 등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요. 시장 내부의 작은 바에서 간단한 타파스와 커피로 여행을 마무리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사라고사, 조용하지만 강렬한 매력의 도시
사라고사는 바르셀로나나 마드리드처럼 유명하지는 않지만, 스페인의 다층적인 역사와 문화를 가장 고요하고 진하게 느낄 수 있는 도시입니다. 로마 제국의 흔적, 이슬람과 기독교의 건축 유산, 고야의 예술 세계까지… 다양한 스페인의 단면을 오롯이 담고 있는 이 도시는 스페인 여행에서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여정입니다.